세계일주(World around)/3.러시아(Russia)

170829~31-러시아9~11일차, 여기는 모스크바행 시베리아횡단열차안

고구마리오 2017. 9. 19. 06:31

8/29

자고일어났다.

흔한 기차 창밖 풍경을 찍어본다.

이 열차를 탔으면 찍어줘야 예의가 아닌가!? ㅋㅋㅋ


그리고 우리는 운명의 레아라를 만난다.

기차 탔을때 왠 연인이 다소곳이 앉아서 애정을 뿜뿜 내풍기고 있었다.

난 왠지 그중에 한 명은 안 갈 것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둘이 작별의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우리는 레아라좌석 이층의 바냐라는 보이에게 구글검색기로 말을 걸어봤다.

자꾸 쓰잘데기없는 말을 시켜가며ㅋㅋㅋ 결국은 내려와서 카드게임까지 알려주면서 놀았다.

레아라는 졸린거 같았는데 잠도 못자고 늦은시간까지도 보이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새침떼기인줄 알았는데...

다음날 샘치키를 권해서 마다하지않고 서로 까먹으며 손짓발짓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이런거 까먹는거 많이봤다고 ㅋㅋㅋ 운을 텄다.

레아라는 치대에 다니는데 헐.....그러하다 러시아의 우수한 재원이였다.

어제 그 남자는 남자친구인데 내년여름에 결혼한다고 했다.

어머낫!!???


그래서 뭔가 축하해주고자 고구마가 긴급히 캘리그라피 한장을 써서 줬다.

레아라가 무척 좋아했다.

책을 싸가져온 보람이 있구만!!


이열차는 그나마 새거라(?) 정차중에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있다.

왠지 몽골이후에 화장실이 더욱더 중요사항이 된 것 같다.(?)


기차안에 식사는 늘 이런식으로,

라면과 차, 과자와 차, 우유와 시리얼 이러하다.


라면과 함께 기차에서 두 번째 밤이 지나갔다.

이러다 스물아홉번째밤이 나올지도...!!??? ㅋㅋㅋㅋ


8/30

어김없이 나는 일찍일어났는데 딱히 할일이 없으니

고구마의 특허(?) 캘리크라피를 몰래 연습했다.

사실은 전날밤..고구마가...내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너는 이거 연습하지마..왠지 잘할 거 같으니까..." ?!?!?!?!?!

그래서 금지령을 내려서 종이도없이..시리얼껍데기에다가...ㅠㅠ


몰래 연습한걸 숨긴체 코코볼로 아침을 먹는다.

표지에 뭔가 좀 억울하게 생긴애가 그려져 있었는데 맛있다.


이번 역에서 20분간 정차한다고 했다.

만날 건전한 것만 먹을라니까 오늘은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역 앞에 슈퍼가 있어서 질주한다.


맥주를 계산하고 나오는데 수박시식코너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르쿠츠크,알혼섬에서 수박을 엄청싸게 팔았는데 그 맛이 정말 궁금했던 터라

그 와중에 진격해서 먹어보는데 맛있어!

수박은 어느나라 다 맛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우리는 러시아수박에 눈을 뜨게되어 모스크바에서 수박을 아낌없이 먹었다고 한다.


다시 기차로!

이 기차를 놓친다면 우린 주옥되는거야!!!


결국 캘리그라피는 나의 것이 되었다.(?)

또한명의 인물 아나스테이샤가 등장하게 되는데...

아나스테이샤도 처음부터 우리랑 같이 타고 왔었다.

복도칸의 이층인 그녀는 아랫층 중국인여자분이 침대를 계속 이용하는 바람에 우리쪽으로 와서 있다가 친해졌다.

아나스테이샤는 파리에서 공부를 하고있는 또 한명의 우수한 러시아 재원이였고

덕분에 영어를 잘해서 4명의 대화가 더욱 풍성해졌다.

아나스테이샤는 정말 순한사람이였고 착했다.

저 문구를 설명해주니 굉장히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주도 기차에서 마셔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모르겠다고 그랬다.!!?

그러더니 그릇에 담아서 몰래 마시라고 그럼 오케이라고 아나스테이샤가 또 컨펌해줘서 몰래 마셨다.

어휴 후덜덜 러시아법 잘 지키고 싶어!! 


8/31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레아라가 집에 도착하는 날이다.

레아라는 모스크바 가기전에 내려야 했다.


레아라의 여동생이 한국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더니 우리말도 잘 알았다.

레아라를 우리끼리 이쁜이라고 불렀는데....나중에 알았는데 레아라는 이쁘다는 말을 알고있었다...두둥...

어딜가나 말조심해야한다!!!

고구마가 지루할데로 지루한지 갑자기 러시아어를 공부하겠다고 했다.


핸드폰으로 주섬주섬 하고있는걸 보더니

레아라가 세상에...그 여신이!!!!!

공책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서 준다.

이거를 언제 써놨는지...

써놓고 알려준다는 말은 못하고....가지고만 있다가 마침 공부한다니까 꺼내서

발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우리가 공부안했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이 정성을!! 그냥 보낼 뻔 했잖아!!!

세상에...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공부했다.

샘치키도 읽고, 제품에 붙어있는거 러시아어 다 읽어가며 매진했다.

우리는 그때까지 러시아어 읽을줄도 몰랐는데 이때 공부한 게 그 뒤 여행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 줄 모른다.


아나스테이샤 아랫칸 중국여자분도 합세해서 열심히 했다.

레아라가 내꺼 고구마꺼 두장을 쓴 거 같았는데

우리는 공유하면 된다고해서 한장은 중국여자분에게 드렸다.

중국여자분 사진은 지못미인데.....

열차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팩을 자주하고 있어서 ㅋㅋㅋㅋ익숙해졌다.


정차하는 역마다 음식이며 기념품이며 와서 파는 분들이 있는데,

또 이런거 사먹는 재미도 있어야지 하면서 샀다.

아나스테이샤가 이정도 금액이면 리즈너블하다고 컨펌해줘서 샀음 ㅋㅋㅋㅋ


집모양이 비슷비슷하다.


겁나 큰 강을 지났다. 레아라는 이제 다음역에서 내린다고 했다.


러시아의 다음역은 10분 뒤나 오는 역이 아니였다.

그 뒤로부터 아쉽다는 인사를 한 채 2시간정도를 더 갔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이 짤방으로만 보던 진정한 러형이 탔는데 

듣던대로 러형들은 무뚝뚝하고 과묵해도 한번 터지면 동네형 같다더니 꼭 그랬다.

샤오미 핸드폰 좋다고!! 가성비 굳이라고!! 엄지척!!

우유곽도 저렇게 한손으로 찌그려뜨려주고,

힘쓸일있으면 도맡아서 다 해주고,

인생조언도 해주고 그랬는데 자고 일어나니 사라지고 없었음!? ㅋㅋㅋㅋㅋㅋ

 

이제 드디어 레아라가 간다.

우리는 모두가서 배웅했다.

우리칸에 타고있던 한국청년(그 담주에 해병대입대한다고 했다...헐....부디건강히..!)이랑 중국여자분이랑 다같이

레아라가 또 감격스럽게도...우리가 캘리그라피 준 거에 보답으로

바이칼호수배경의 엽서에다가 편지를 써서줬다.

우리이름을 한글로 직접써서

어쩐지 우리이름 이렇게 쓰는거 맞냐고 물어보던데

너무 잘써서 영어배우는 것보다 한글배우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이거는 나만봐야지..닳는다!!! 닳어!!!


이렇게 세번째 밤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새벽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안녕이다!!!! 잘가라!!! 기차야!!!!


왠지 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