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04~
잃어버린 하루에 대하여.
장기여행을 하면서 그토록 원해서 하는 여행임에도 매일 신나고 새로운 날일 순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디선가 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마지못해 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역이라는 말처럼.
그렇게 여행자체에 매너리즘도 느끼고 즐겁자고 하는 여행인데 그 자체가 지겨워지는 날이 있다.
그게 이 날이였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껏 이렇게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날은 없었는데.
그런 날이 있었다면 김씨와 대판 싸웠거나 싸워서 하루종일 잤거나 싸워서 말도 안하는 날 뿐인데.
포즈난에선 그랬던 기억이 없었다는 데에 김씨와 나는 동의했는데.
그냥 내일을 위한 어제였나보다.
끄읏
~171005~
포즈난의 중심가 쪽으로 숙소를 옮겼다.
부킹닷컴에서 여느 때처럼 가격과 시설, 위치를 저울질 하다가 고른 숙소의 이름은 Rosemary's Hostel.
설마 했는데 로만 폴란스키의 Rosemary's Baby, 한국 번역제목 악마의 씨 라는 영화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나는 악마의 씨라는 제목만 들어봤었는데 나무위키를 통해 뒷 배경에 대해 알게되었다.
이 영화는 감독에게 안 좋은 의미로 잊지 못할 영화일 것 같다... 묵념..
숙소를 둘러보니 이 호스텔 제대로 컨셉을 잡고 있더라.
모든 방들이 로만 폴란스키의 한 영화를 주제로 스냅샷을 걸어놓고 방 제목도 그 영화와 일치시켰다.
호스텔 주인이 그에대해 여간 빠져있는게 아닌가 보다.
우리의 방은 1962년작 물속의 칼이라는 이름의 방이었다.
방 자체는 넓직하고 만족스러웟다.
느낌있는 컨셉의 방 열쇠
자 슛들어갑니다잉.
숙소 자체가 로만 폴란스키의 개인 박물관 같았다.
짐을 풀고 식사를 하기위해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려하는데 숙소 바로 앞에 Piccolo라는 저렴한 라자냐집이 있었다.
양질의 버섯 스파게티와 라자냐 17.4즈워티
우월한 가성비의 맛집 추천!
기분좋게 식사도 했겠다 포즈난의 Town Hall로 나가본다.
여기서도 물긷는건 여성들의 부담이었나보다.
타운홀에서 구글 지도에 트릭아트같은 건물 벽화가 있다기에 그 쪽으로 이동해 본다.
비슷한 망토같은 느낌이 나기에 김씨가 포즈난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비가 많진 않지만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잠깐 들어와 본 성당 내부. 무교 2명에겐 그저 천장높은 비 피하는 곳일 뿐.
그래도 유럽에서는 뭐라도 조금 알고 보는것과 모르는 게 아는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리
공부하지 않은게 쪼끔은 아쉽긴 했다. 뭐 어딜가나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비가 거세지는 것을 느끼면서 이런 다리를 지나고.
여기도 명소화가 되어가고 있는 곳인가..? 아직 느끼기에는 관광관광지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린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선의를 가지고 온 운 좋은 여행자인가보다.
항상 비수기의 여행은 예측불가한 부분이 있지만 기대치가 낮기에 만족도가 실망스러운 적이 별로 없다.
나나 김씨나 그런 점에선 비슷한 성향이라 참 다행이다.
구글등록명 Mural - Kamienica
약간은 사진 보정이 들어가 있었던 것인가. 와 보니 생각보다 리얼하지 않아 감흥은 적었다.
그래도 Town Hall에서 그리 멀지않아 산책으로 오기엔 적당했다.
벽화는 사진 두어장 찍고나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머무를 생각 들지 않아 바로 이동했다.
인도도 좁았고 차길만 덩그러니 나 있는 누가봐도 정돈되어 있지 않은 날것의 관광지.
그런데 비가 갑자기 억세게 쏟아지는 바람에 박물관같아 보이는 곳으로 또 비를 피하러 가게된다.
밖에서 전경을 찍은 사진이 없지만 투박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이 볼만했다.
미술관인가 싶었을 정도. 비온김에 잘됐다 싶어 유료입장이었지만 그냥 입장!
휴대용 영어 오디오 가이드가 무료로 대여가 가능하다!
딱히 바란건 아니지만 한국어나 일본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인당 15즈워티
보아하니 폴란드와 포즈난의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인 것은 내 어찌어찌 알았지만
여기서도 무지의 능력으로 검은것은 글이고 흰것은 배경이구나 하며 하나하나 관찰했다.
지구인들아 나아게 기운을 줘!같은 느낌으로 찍어보고 싶었습니다만.
사진은 없지만 그때 당시의 옷이 얼굴 밑에 덧붙여져서 찍어서 메일로 보내주는 기계도 있었다.
나름 저연령층을 배려한 체험코너도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것만 찾아가야 할 것 같다.
한껏 저녁이 되어버린 포즈난의 광장
다행히 피콜로가 문을 열었기에 식사겸 안주로 사왔다.
나는 손오공이지만 사랑해요 피콜로.
12즈워티
~171006~
오늘은 포즈난에서 수도인 바르샤바로 가는 날.
아침부터 촉촉하니 내가 좋아하는 날씨로구나. 어짜피 유럽에서 맑은 날이 많지 않을바에야 이런날씨도 나쁘지 않다.
한글은 참 신기하다. 촉촉과 축축은 위로 기분이 방방 떠 있는 건지 아래로 처진건지 모양만 봐도 알 수 있다.
창밖을 보고 있는 나를 김씨가 언젠지도 모르게 찍었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김씨가 이렇게 사진을 잘 찍을 때가 있다.
뭔가 싸고 안무겁고 이쁜 아이템이 있을까 해서 문방구에 들렀다.
여어 자네 왔는가.
버스 타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기에 호스텔에 가방을 맡기고 숙소 앞의 피콜로에서 아침식사.
나도 김씨도 애견인이지만 김씨는 개가 웃는다는 것을 믿고있고 나는 아직 갸우뚱하고 있다.
그치만 저 아이가 슬퍼보인다는 것은 나도 느껴진다.
언젠가 저 아이도 내가 알아 볼 수 있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바르샤바에 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에 왔는데 살짜쿵 어디서 타야할 지 망설이고 있던 때였다.
근데 참 고맙게도 망설이기 시작한지 1분쯤됐는데 누군가가 망설이지 않고 우리를 도와주기위해 말을 걸어왔다.
평소같으면 경계심이 앞설텐데 왠지 그 처자에게는 쉽게 맘을 허락했다.
심지어 우리가 가야하는 곳까지 따라와서 길을 알려주기 까지 했다.
몇마디 말도 못나눠보고 홀연히 사라진 그녀에게 고맙단말을 못해서 아쉬웠다.
우린 낯가리고 여행하는 평범한 여행자커플이니까 여지껏 잃어버리거나 위험함 일 없이 다녔지만
이럴때는 결과론적으로 맘을 더 열어볼 것을 하고 생각하곤한다.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한 바르샤바 변두리의 버스터미널.
알아본 대로 버스를 타고 부킹닷컴에 예약한 호스텔을 찾아간다.
달은 밝지만 컴컴한 밤에 돌아다니는 걸 선호하지 않기에 느리지만 단호한 걸음으로 구글의 안내를 따라 걷는다.
아니 숙박비의 압박으로 도시 외곽으로 숙소를 정하긴 했지만 여긴 정말 깡촌이란 말밖에 안떠올랐다.
겉보기엔 그냥 가정집같은데 상주하는 프론트가 안보여서 전화를 걸어 겨우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들어와보니 3층짜리 연립빌라의 1층 몇개 방을 붙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굳체크인한 기념으로 아까 오면서 본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 왔다.
44즈워티
살짝 좁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2층침대라 삐걱삐걱 시끄럽긴해도 좋은 밤을 보냈다.
난 이렇게 좋아하는 게 많은데 김씨는 내가 호인이라는 데에는 결사반대한다.
더 많은 것들을 좋아해야겠다.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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